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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도전 - 트라우마 관련 책 읽기.
    카테고리 없음 2021. 12. 15. 15:46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의사쌤이 읽으라고 알려준 책이 있다.


    ‘멘붕탈출법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빨간모자와 늑대의 트라우마 케어’


    27살의 나이에 읽기엔
    다소 부끄러운 책 제목이었다.

    게다가 하나는 십대를 위한 책이라니…
    무슨 의도로 추천을 한건지?
    어쨌든 PTSD, 트라우마에 좋다고 하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

    내 생각을 눈치라도 챈듯이,
    의사쌤은 제목은 좀 그래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기법들이 있다고 꼭 읽어보라고 했다.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 스킬

    먼저
    ‘멘붕탈출법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은
    제목처럼 10대를 위해 쓰여진 책이다.

    트라우마의 정의부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회복 방법까지 적혀있다.

    가정폭력, 성폭력뿐 아니라 학교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 트라우마가 일어나는 이유,
    PTSD와의 연관성,
    부모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자세히 적혀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제목을 보고 무심코 무시했지만
    이제 막 공황장애를 직면하고, 원인이 PTSD라는 걸 알게 된 직후에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어쩌면 나처럼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우리 가족이 다같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혹시나 트라우마나 공황장애 키워드로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니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지하철에서 불안할 때,
    난처한 상황에 맞닥드렸을때
    책에서 알려준 방법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나의 회복 방법은
    편안한 내방 침대에 누운 나와 치즈고양이를 상상하고,
    장미란 선수의 악수와 격려를 생각하는 것이다.
    좀 특이한가? )


    빨간모자와 늑대의 트라우마 케어


    그리고 두번째 책,

    ‘빨간모자와 늑대의 트라우마 케어’

    흔히 피해자로 비유되는 빨간 모자와
    폭력적 가해자로 비유되는 늑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히 가해자인줄 알았던 늑대가
    알고보니 피해자였고,
    왜 가해자로 변할 수 밖에 없었는지,
    또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인 빨간모자가
    상처를 이기고 늑대와 함께 성숙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난 항상 생각한다.
    피해자의 위치에 있지만
    사실은 잠재적인 가해자일지도 모른다고.


    어릴 적 동생에게 혹독하게 비난하고 화냈던 것처럼
    미래의 내 자식에게
    똑같이 폭력을 휘두를 지도 몰라서
    절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설명한다.
    단순히 피해자를 이해하는 걸 넘어서
    가해자로 변한 또 다른 피해자의 모든 마음과 과정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어떤 의사가 이렇게 공감을 잘하고
    환자마음을 이해하고 책을 쓴 걸까 싶었다?

    알고보니,
    이 책의 저자도 성폭력 피해자였다.

    본인도 트라우마를 겪고 ,
    오랜 과정에 걸쳐 잃어버렸던 스스로를 회복했기에
    책을 적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오히려 그 경험이 있었기에 환자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담담히 적어두었다.




    블로그에 고백하기 어렵지만 . .


    나도,
    예전 남자친구에게 힘든 일을 겪었다.


    대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내 경험을 털어놨을때,
    몇몇 친구들은 남몰래 나를 찾아와
    본인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아.
    내가 겪었던 일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일이고
    또 내가 먼저 겪었던 일로 인해
    함께 연대하고 위로할 수 있겠구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화도 났지만 나또한 위로를 받았었다.


    나의 기억들은 없어지지 않고
    아마 나와 평생 같이 갈거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연습하다보면
    난 나를 상처입히지 않고
    오히려 남을 따뜻히 감싸줄수 있을지 모른다.



    어떤 검색어로 블로그에 들어왔던 간에,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또한 언젠간 회복되고
    언젠간 나보다 약한 누군가를 안아주면서
    위로를 전달할수 있을거다.



    같이 버팁시다.
    힘은 내지 말고요.
    그냥…. 우리 근근히 살면서
    천천히 오래해봅시다.

    맛있는 거 먹고,
    하고싶은 것 하면서
    회복하고, 또 연습해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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